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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항저우 아쉬움 완벽히 털었다… 서채현, 압도적 기량으로 韓 사상 첫 리드 金

기사입력 2026-10-04 01:55
profile_image 김주운 기자 (wingmen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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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암벽 천재' 서채현 8년 만의 金·이도현 銅… 나고야 수놓은 韓 클라이밍 


  • ▷ 서채현, 리치 한계 극복한 여유로운 양손 무브로 출전 선수 유일 '완등'… 韓 사상 첫 리드 금메달

  • ▷ 이도현, 결승 38 기록하며 준결승 우위로 짜릿한 동메달… 볼더 은메달 이어 두 번째 메달 수확

  • ▷ 첫 출전 김채영 당당히 4위 쾌거, 노현승 7위로 투혼 발휘하며 아시아 무대 성공적 마무리

  •  

[나고야 = 보도] 대한민국 스포츠클라이밍 대표팀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녀 리드 결승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며 아시아 최강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2일 열린 여자 리드 결승전의 주인공은 단연 '클라이밍 여제' 서채현(KOR)이었다. 서채현은 8명의 결승 진출자 중 가장 마지막으로 암벽에 올라 압도적인 기량으로 유일하게 완등(TOP)에 성공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천종원 이후 8년 만에 나온 한국 클라이밍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이자, 한국 여자 클라이밍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위대한 이정표다.


특히 이날 결승은 3년 전 항저우 대회에서 우천으로 결승이 취소되며 억울하게 금메달을 내줘야 했던 동갑내기 라이벌 모리 아이(일본)와의 진검승부로 이목을 끌었다. 승부는 마지막 탑 홀드에서 갈렸다. 앞서 등반한 모리 아이는 리치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한 손 다이노(Dyno) 승부수를 던졌으나, 반동을 버티지 못하고 포켓 홀드에서 손이 빠지며 47+로 추락했다. 반면 서채현은 자신의 우월한 신장과 리치를 완벽하게 활용했다. 무리한 도약 대신 여유 있게 두 손으로 포켓 홀드를 꽉 쥐어 안정적인 자세를 확보한 뒤, 흔들림 없이 탑 홀드를 터치하며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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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m 허공에서 펼쳐진 고독한 사투였지만, 서채현은 "등반하면서도 나고야 현장까지 와주신 부모님의 응원 목소리가 제일 잘 들렸다"며 완등의 공을 가족에게 돌리는 감동적인 피날레를 완성했다.


남자 리드 결승에서는 국가대표 에이스 이도현(KOR)이 또 한 번 시상대에 올랐다. 이도현은 결승에서 38을 기록, 중국의 판 유페이와 동률을 이뤘으나 준결승 성적(이도현 33+, 판 유페이 23)에서 앞서는 세부 규정에 따라 극적인 동메달을 획득했다. 앞선 볼더 종목에서 1번 과제 0점의 불운을 딛고 투혼의 은메달을 따냈던 이도현은 리드 종목에서도 동메달을 추가하며 이번 대회 두 개의 메달을 수확하는 눈부신 성과를 냈다. 남자부 금메달과 은메달은 각각 일본의 스즈키 네오(40+)와 요시다 사토네(38+)가 차지했다.


시상대 밖에서도 태극전사들의 의미 있는 비행이 이어졌다. 생애 첫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은 '차세대 에이스' 김채영(KOR)은 쏟아지는 압박감 속에서도 침착하게 38+의 기록을 작성하며 동메달리스트 장 위에통(중국, 39+)에 이어 당당히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 사이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기량을 뽐내며 미래를 더욱 기대케 했다. 남자부의 노현승(KOR) 역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등반으로 26+를 기록, 최종 7위로 대회를 마감하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번 나고야 아시안게임 리드 종목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나란히 수확하며 탁월한 기량과 정신력을 보여준 대한민국 스포츠클라이밍 대표팀은, 이제 아시아 무대를 넘어 2년 뒤 열릴 LA 올림픽을 향한 희망찬 도전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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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채현 인터뷰 핵심 요약]

  • 완등 순간의 억눌린 감정: 마지막 탑(Top) 홀드를 찍고 우승을 확정 지은 순간, 화면에는 서채현이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내듯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는 뭉클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탑을 잡고 나서는 정말 머리가 새하얘졌다"며 항저우 대회 당시의 억울함과 아쉬움을 완벽히 씻어낸 벅찬 소감을 전했다.


  • 침착한 체력 안배와 멘탈 관리: 상단부 직벽부터 순위를 가르기 위해 난도가 급격히 높아진 루트였으나, 하단부부터 오버페이스하지 않고 차분히 체력을 안배하며 헷갈리는 구간을 영리하게 돌파했다.


  • 등반을 이끈 가족의 목소리: 극한의 긴장감 속 15m 허공에 매달려 있으면서도, 나고야 현장까지 찾아온 부모님의 응원 소리가 가장 선명하게 들렸다며 변함없는 버팀목이 되어준 가족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 다음 목표는 LA 올림픽: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이라는 위대한 이정표를 세운 '클라이밍 여제'는 큰 무대에서의 값진 경험을 바탕으로 2년 뒤 LA 올림픽 정상을 향해 다시 뛰겠다는 굳은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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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5m 허공에서 갈린 동갑내기 라이벌의 운명… 서채현의 '완벽한 설욕'과 모리 아이의 '눈물'

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리드 결승전은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두 동갑내기 천재 클라이머, 서채현과 모리 아이의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진검승부로 압축됐다. 똑같이 15m 수직 암벽을 올랐지만, 최상단 마지막 홀드를 앞두고 두 선수가 맞이한 결말은 너무나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승부의 추는 '신체적 조건(리치)'과 이를 돌파하는 '방식'에서 기울었다. 앞서 등반을 펼친 모리 아이는 특유의 끈질긴 지구력으로 난코스를 돌파해 나갔으나, 완등을 목전에 두고 짧은 리치라는 치명적인 한계에 부딪혔다. 홀드에 손이 닿지 않자 모리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과감하게 몸을 던지는 '한 손 다이노'뿐이었다. 하지만 허공으로 도약하며 발생한 거친 스윙 반동을 이겨내지 못했고, 결국 포켓 홀드를 쥐고 있던 오른손이 빠지며 47+의 기록으로 뼈아픈 추락을 경험해야 했다.


반면, 8명 중 가장 마지막으로 벽에 오른 서채현의 피날레는 달랐다. 모리 아이를 절망하게 만든 마의 상단 구간에서 서채현은 무리하게 도약할 필요가 없었다. 자신이 가진 충분한 신장과 긴 리치라는 강점을 영리하게 활용해, 흔들림 없이 여유로운 자세로 두 손을 뻗어 포켓 홀드를 단단히 틀어쥐었다. 불안한 다이노 대신 가장 안정적인 무브로 마지막 탑(Top) 홀드를 터치하며 유일무이한 완등을 완성해 냈다.

마지막 퀵드로에 로프를 걸고 우승을 확정 지은 순간, 화면에 포착된 서채현의 뒷 모습에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는 뭉클한 표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3년 전 항저우 대회 당시 악천후로 결승전이 취소되며, 예선 성적에 밀려 모리 아이에게 억울하게 금메달을 내줘야 했던 그간의 마음고생이 마침내 씻겨 내려가는 순간이었다.

신체적 한계 속에서 처절한 승부수를 띄워야 했던 모리 아이와, 자신의 강점을 완벽하게 통제하며 여유롭게 정상을 밟은 서채현. 3년을 벼른 끝에 라이벌을 완벽하게 압도하며 가장 높은 곳에서 눈물을 삼킨 서채현의 이 극적인 피날레는, 두 선수의 길고 긴 라이벌 역사에 가장 강렬한 명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김주운 기자 (wingmen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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