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메달의 찬란함 뒤에 가려진 벽: "대한산악연맹 화이팅이 아니라, 선수 가족 화이팅을 외쳐야 하는 슬픈 현실" > 암벽의 소리(뉴스&이슈)

본문 바로가기

암벽의소리(뉴스&이슈)

[기획] 메달의 찬란함 뒤에 가려진 벽: "대한산악연맹 화이팅이 아니라, 선수 가족 화이팅을 외쳐야 하는 슬픈 현실&…

기사입력 2026-09-24 07:14
profile_image 김주운 기자 (wingmen3@naver.com)

본문

2a4517c4592316db322f17984179a340_1790201828_8125.png

[기획] 스포츠클라이밍 집중하지 못하는 산악 : 클라이밍 유망주 가족들이 짊어진 '잔인한 청구서'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과 함께 대중의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스포츠클라이밍. 전국 각지에 실내 암장이 생겨나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았지만, 그 화려한 인기 이면에는 한국 스포츠클라이밍 미래를 짊어진 유망주들과 그 가족들의 눈물겨운 희생이 도사리고 있다. 벽을 오르는 것은 선수들이지만, 그들이 넘어야 할 가장 가파르고 높은 벽은 홀드가 아니라 부조리한 '현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 학교 운동부 '제로(0)'… 사설 센터 전전하며 '고비용 저효율'에 우는 아이들

축구, 야구, 태권도 등 대다수 종목은 학교 운동부나 공식 스포츠클럽을 통해 공공의 울타리 안에서 체계적인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스포츠클라이밍은 올림픽 메달밭임에도 대다수 초·중학교에 공식 운동부나 클럽이 전무하다.

공공의 사각지대 속에서 선수를 키우려면 학부모는 온전히 민간 사설 클라이밍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사설 센터가 엘리트 선수 육성보다는 대중성과 생활체육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막대한 레슨비와 대관료를 지출함에도 체계적인 훈련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잠재력 있는 인재들이 비싼 사설 비용과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시작부터 기회의 불평등을 겪고 있는 셈이다.


2. "태극마크의 무게는 선수가, 비용은 부모가"… 청소년 국대마저 전액 자부담

타 종목의 경우 국가대표나 청소년 대표로 선발되면 훈련 캠프 입소부터 합숙, 대회 출전 경비, 지도자 인솔까지 모든 비용이 공적 예산으로 처리된다.

그러나 산악 스포츠클라이밍계의 현실은 참담하다. 명색이 태극마크를 단 '청소년 국가대표'임에도, 전국대회 출전비, 항공료, 숙박비, 장비 구입비 등 모든 과정이 고스란히 부모의 지갑에서 나간다. 국가를 대표해 나라를 빛내러 가는 자리조차 '부모의 재력'을 시험하는 무대로 전락해 버렸다.


2a4517c4592316db322f17984179a340_1790202207_326.jpg
3. 태극마크는 지워지고, 스폰서 광고만 남은 유니폼 <사진제공 : 월드클라이밍>

국가를 대표해 국제무대에 서는 선수의 가슴에는 선명한 태극마크가 박혀 있어야 하고, 그에 걸맞은 국가와 협회의 지원이 뒷받침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스포츠클라이밍 유망주들과 청소년 국가대표들의 유니폼 풍경은 이와 완전히 괴리되어 있다. 선수의 가슴과 어깨에는 자랑스러운 태극마크 대신, 학부모가 사비를 털거나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유치한 민간 스폰서의 광고 로고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예산 부족을 핑계로 협회가 유니폼 여벌 하나 제대로 챙겨주지 않으니, 선수들은 스스로 '움직이는 빌보드'가 되어 출전비를 충당하고 있는 셈이다. 국가대표라는 이름은 화려하지만, 실상은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고아와 다름없다.


4. 감독·코치 인솔 비용까지 선수가족에게 '폭탄 전가'

더 큰 문제는 행정의 주체여야 할 협회와 연맹의 무책임함이다. 공식 대회나 훈련 시 감독, 코치 등 코칭스태프의 현장 체류 비용과 인솔 경비는 당연히 협회나 연맹의 예산으로 집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예산 부족을 핑계로 지도자들의 인솔 비용마저 선수 가족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전가되거나 각자부담 형태로 처리되는 기형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성적이 나면 협회의 공로로 포장하면서, 정작 현장의 기본적 비용은 선수 가족들의 등골을 빼내 메우는 파렴치한 행정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5. "버티면 된다"?… 올드한 훈련 방식에 망가져 가는 청소년 신체

지원 시스템의 부재는 선수들의 신체적 파괴로 이어진다. 스피드, 볼더링, 리드는 요구되는 신체 능력이 완전히 다름에도, 현장에는 종목별·연령별 체계적인 신체 가이드라인이나 스포츠 과학적 지표가 전무하다.

성장판이 닫히지 않은 청소년 시기에 무리한 홀드 매달리기, 과도한 핑거보드 훈련 등 "버티면 된다"는 식의 구세대식 훈련법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손가락 활차 파열이나 어깨 연골 손상 등 만성 부상을 십 대 후반에 얻고, 꽃을 피우기도 전에 선수 생명을 포기하는 유망주들이 속출하고 있다.


[기자 수첩] "누가 벽을 오르고, 누가 지갑을 여는가"

선수 부모들은 빚을 내가며 아이를 훈련시키고 대회를 내보낸다. 등골이 휘어지는 고통 속에서도 아이의 꿈을 위해 지갑을 여는 것은 오롯이 부모들의 몫이다.

하지만 막상 선수가 메달을 목에 걸고 입상하면, 그 영광과 공은 마치 대한산악연맹이 모든 것을 키워낸 것처럼 포장되어 돌아간다. 공공 체육 시스템의 부재, 자부담으로 얼룩진 청소년 국가대표, 스폰서 광고로 도배된 유니폼, 지도자 비용까지 떠넘기는 행정의 무책임함, 그리고 낡은 훈련 관행까지.

"대한산악연맹 화이팅"이 아니라, 오늘도 암장 아래에서 빚더미를 안고 아이의 등줄기를 떠미는 "선수 가족 화이팅"을 외쳐야만 하는 이 서글픈 현실을 이제는 체육계와 사회가 똑바로 직시해야 할 때다.


올림픽 메달은 국가의 영광이지만, 그 메달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온전히 한 가정의 희생과 파산으로 버텨지고 있다.

공공 체육 시스템의 부재, 청소년 국가대표라는 이름에 얹어진 잔인한 자부담, 태극마크 대신 스폰서 광고로 채워진 유니폼, 지도자 비용까지 떠넘기는 연맹의 행정적 직무유기, 그리고 선수들의 몸을 망가뜨리는 낡은 훈련 관행까지.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이 진정한 스포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부모의 희생과 눈물 위에 세워진 '모래성 같은 인프라'를 방치해선 안 될 시점이다.


a971e883175ce6b08e2fb87481466162_1790210664_9092.jpg
 

407290372a2abd9c53365096f064e4d5_1790211252_3045.png
 


댓글목록4

Mars님의 댓글

profile_image
Mars
17시간 2분전
국가대표 되는데 클라이밍 종목보다 덜들거가는 종목 있을까요? 선수등록비도 없고… 레슨비도 이만큼 저렴한 종목이 있을까요?

김주운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김주운
17시간 55분전
네 많습니다.  기사에는 다음편에 작성할 예정입니다.

김주운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김주운
17시간 52분전
우선 타종목들은 초.중.고 학교마다 스포츠클럽과 운동부가 있습니다. 산악 스포츠클라이밍은 전국.초.중학교에는 전무하고 고등학교도 몇 안됩니다.  특히  학교 운동부는 훈련비 대회출전비 지도자 인솔비등 학부모가 돈 한푼 내지 않으며 대회에 따라가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지금 산악 스포츠 클라이밍은. 처음부터 사설센터에 사교육비 지출은 기본이고 학생선수들은 부모 인솔하에 교통비 체류비 부담도 지갑을 열면서 이중고가 큽니다.  시작 부터가 다르다는 거죠

Mars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Mars
9분전
좀더 조사해 보세요. 옆집 큰애 수영선수 만들려고 수천 들어갔습니다. 그집 둘째 고등부 축구선수…
게시판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