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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무대 뒤의 고통은 아무도 모른다”… ‘실행력의 여왕’ 오리안 베르톤, 3년 만의 금빛 귀환과 동료애

기사입력 2026-10-20 15:16
profile_image 김주운 기자 (wingmen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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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월드 클라이밍 시리즈 솔트레이크시티 여자 볼더링 우승자 오리안 베르톤 & 중계석의 오빠 막스 베르톤

예선·준결승·결승 싹쓸이한 압도적 우승에도 동료 선수들의 땀방울 먼저 언급

마지막 4번 과제 ‘첫 시도 완등’으로 승부 종결… 오빠 막스 베르톤과 나눈 눈물의 포옹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야구장 ‘스미스 볼파크(Smith's Ballpark)’ 특설 무대에서 열린 2026 월드 클라이밍 시리즈 볼더링 시즌 최종전의 주인공은 단연 프랑스의 오리안 베르톤(Oriane Bertone)이었다.

베르톤은 예선(109.8점)과 준결승(99.5점)을 모두 단독 선두로 통과한 데 이어, 결승에서도 4개 과제 중 3개 과제를 완등(1존 추가)하며 총점 84.6점으로 금메달과 상금 6,000유로를 거머쥐었다. 2위 에린 맥니스(영국·69.7점)를 무려 14.9점 차로 따돌린 완벽한 우승이었다. 특히 지난 2023년 프라하 대회 우승 이후 수차례 포디움에 오르면서도 유독 금메달과 인연이 없었던 그녀가 마침내 정상에 복귀하는 순간,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경기가 끝난 직후 진행된 공식 우승 인터뷰와 중계석 코멘터리를 통해 오리안 베르톤과 그녀의 친오빠 막스 베르톤(Max Bertone)의 목소리를 재구성했다.



■ 오리안 베르톤 일문일답: “‘드디어’라는 말 뒤에 숨겨진 우리의 시간”

우승 확정 직후 마이크 앞에 선 오리안 베르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차분하고 단단한 어조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진행자가 오랜 기다림 끝에 따낸 금메달이라는 의미로 “드디어(Finally) 해냈다”며 축하를 건네자, 베르톤은 그 단어에 담긴 무게를 짚어내며 말문을 열었다.


Q.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정상에 섰습니다. ‘드디어’ 해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기분이 어떤가요?

오리안 베르톤: “사실 단순히 ‘드디어’라고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 결과 뒤에는 정말 엄청난 노력이 숨어 있거든요. 제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금메달을 딴 선수들, 모든 메달리스트, 결승 진출자들, 그리고 올 시즌 이 무대를 함께 거쳐 간 모든 선수들을 대신해 말씀드리는 거예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무나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고, 우리가 이 경기를 위해 우리 자신을 얼마나 많이 쏟아붓고 갈아 넣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 너무나 행복하고, 이 감정을 말로 다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Q. 마지막 4번 과제를 앞두고 에린 맥니스 선수가 먼저 완등하며 1위(69.7점)로 올라선 상황이었습니다. 우승하려면 반드시 완등이 필요했는데, 마지막 과제를 끝낼 수 있을 거라고 얼마나 확신했나요?

오리안 베르톤: “글쎄요, 확신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클라이밍에서는 실제로 벽에 붙어 완등 홀드를 잡기 전까지는 성공할지 못할지 결코 알 수 없으니까요. 다만 제가 확실히 알고 있었던 단 한 가지는 ‘내가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전에 루트를 읽었을 때(옵저베이션), 내가 등반만 잘 해낸다면 내 스타일에 잘 맞는 과제가 될 거라고 판단했거든요. 그래서 정말 간절히 완등하고 싶었고,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습니다. 결국 계획대로 잘 풀렸고, 스스로가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 중계석의 오빠 막스 베르톤: “심장마비 올 뻔… 의자 위에서 같이 등반했다”

이날 결승전이 더욱 극적이었던 이유는 오리안의 친오빠이자 전날 남자부 결승에서 5위를 기록한 프랑스 국가대표 막스 베르톤이 3번 과제부터 특별 객원 해설위원으로 중계석에 앉았기 때문이다.

동생이 1번 코디네이션 과제를 결승 진출자 중 유일하게 완등하고 2번 파워 과제마저 첫 시도(플래시)로 끝내자, 막스는 직접 점수 경우의 수를 계산하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 3번 과제 등반 직전, 막스 베르톤의 코멘트:

    “지금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고 있어요. 제가 점수를 다 계산해 봤는데, 오리안이 우승하려면 남은 두 과제 중 하나는 무조건 완등(Top)해야 합니다. 심장마비에 걸리지 않으려면 제발 이번 3번 과제에서 끝내줬으면 좋겠어요.”

그러나 3번 슬랩 과제는 결승 진출자 8명 전원이 완등에 실패할 만큼 극악의 마찰력을 자랑했고, 오리안 역시 마지막 홀드 끝을 스치며 추락했다. 승부가 마지막 4번 과제 ‘캔디랜드(Candyland)’로 넘어가자 다시 중계석으로 불려 나온 막스는 심판진에게 동점 시 규정까지 직접 확인하며 피 말리는 시간을 보냈다.

  • 4번 과제 등반 직전, 막스 베르톤의 분석:

    “방금 심판과 이야기를 나누고 왔는데, 만약 오리안이 이번 과제에서 존(Zone·중간 득점 홀드)만 첫 시도에 잡으면 준결승 성적 우위로 최종 2위(은메달)가 되고, 완등하면 무조건 우승(금메달)입니다. 세터가 원래 의도한 점프 동작 대신, 앞선 선수들처럼 발을 먼저 보내는(Feet-First) 안전한 방식을 택하길 바랍니다.”

오리안이 매트에 올라 침착하게 존을 통과하고, 오빠의 바람대로 노란색 홀드에서 멈춘 뒤 두 발을 먼저 뻗어 흰색 홀드를 거는 파훼법으로 완등 직전까지 다가서자, 메인 캐스터 맷 그룸은 “지금 막스가 중계석 의자 위에서 직접 등반하듯 몸을 움직이고 있다”며 현장의 긴박함을 전했다.

오리안이 첫 시도 만에 왼손을 뻗어 마지막 탑 홀드를 움켜쥐며 우승을 확정 짓는 순간, 막스는 “해냈다!(Boom!)”고 외친 뒤 헤드셋을 벗어던지고 무대 정면으로 달려 나가 동생을 가장 먼저 끌어안았다. 남매가 함께 세계 최정상 무대인 결승을 누비고, 오빠가 동생의 금메달 순간을 직접 중계한 진풍경이었다.


■ 동료 선수가 본 오리안 베르톤: “타고난 실행력의 여왕”

이날 메인 객원 해설을 맡은 슬로베니아 국가대표 제니 버클리(준결승 13위)는 선수 입장에서 본 오리안 베르톤의 강점을 ‘압도적인 실행력(Execution)’으로 꼽았다.

제니 버클리: “오리안은 말 그대로 ‘실행력의 여왕(Queen of Execution)’입니다. 대부분의 선수들보다 루트를 몸으로 구현해 내는 능력이 한 단계 앞서 있어요. 특히 1번 과제에서 첫 시도에 스윙 방향이 잘못된 것을 깨닫자마자 두 번째 시도에 곧바로 궤적을 수정해 내고, 땅에 서서 손짓으로 상단 스텝을 시뮬레이션(에어 클라이밍)한 뒤 정확히 그 동작 그대로 완등해 내는 자기 확신은 정말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2026년 볼더링 시즌의 마지막 밤을 가장 높은 곳에서 마무리한 오리안 베르톤은 이번 우승으로 시즌 종합 랭킹에서도 세키카와 멜로디(일본)를 제치고 최종 4위로 도약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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