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피지컬과 창의성의 충돌: 2026 인스부르크 남자 볼더 결승전 완벽 해부
본문
[취재] 2026 인스부르크 월드 클라이밍 시리즈: '스티키' 안라쿠 소라토 5연속 금메달 대기록… 이도현 값진 동메달 쾌거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클라이밍 센터에서 열린 2026 월드 클라이밍 시리즈(WORLD CLIMBING SERIES INNSBRUCK 2026) 남자 볼더 결승전이 한 편의 드라마를 완성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폭염과 높은 습도 속에서 치러진 극한의 체력전 속에서 일본의 안라쿠 소라토(Sorato Anraku)가 5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세웠으며, 대한민국의 이도현(Dohyun Lee)은 치열한 접전 끝에 귀중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라쿠 소라토, 남자 볼더링의 역사를 새로 쓰다
이날 결승전의 주인공은 단연 안라쿠 소라토였다. 압도적인 그립력으로 커뮤니티에서 '스티키(Sticky) 소라토'라 불리는 그는 74.0점을 기록하며 2위 그룹을 따돌리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2번 슬랩(Slab) 문제에서 무려 11번의 시도를 거듭하며 다소 흔들리는 듯했으나, 마지막 4번 노텍스처(No-texture) 볼륨 문제에서 남들이 모두 미끄러질 때 순수 악력과 상체 힘만으로 끌어당겨 완등하는 파괴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번 우승으로 그는 남자 볼더 역사상 최초의 5연속 금메달 달성과 동시에 2026 유로홀드(Eurohold) 종합 우승까지 조기 확정 짓는 기염을 토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활약도 눈부셨다.
이도현(3위, 59.3점): 극심한 압박감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코어 텐션과 신체 제어 능력을 보여주었다. 일본의 카와마타 레이(Rei Kawamata)와 59.3점으로 동점을 기록했으나, 준결승 성적을 우선하는 카운트백(Countback) 규정에 의해 최종 3위를 기록하며 프라하 대회에 이어 연속 포디움 입성에 성공했다.
천종원(5위, 49.8점): 오랜만에 결승 무대에 오른 천종원은 무대를 완벽하게 즐기는 '락스타' 같은 쇼맨십으로 관중을 열광시켰다. 특히 1번 문제에서 복잡한 밸런스 구간을 생략하고 타깃 홀드를 향해 직선으로 꽂히는 다이렉트 도약을 선보이며 본인 특유의 탄력과 전성기급 기량을 뽐냈다.
폭염과 창의적 베타(Beta)가 빚어낸 명승부
이번 결승전은 28도가 넘는 기온과 미끄러운 홀드로 인해 선수들의 피부(Skin) 관리와 체력 안배가 승패를 가르는 변수로 작용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선수들이 선보인 창의적인 루트 파훼법은 경기의 백미였다. 은메달을 차지한 카와마타 레이는 루트의 복합적인 특성을 간파하고 양발에 다른 암벽화를 착용하는 비대칭 전략으로 무브 효율을 극대화했다. 프랑스의 샘 아바주(Sam Avezou)는 1번 문제에서 힐토 캠(Heel-toe cam)을 활용해 스윙을 완전히 죽이는 독창적인 해법으로 플래시(1차 시도 완등)를 기록해 해설진의 극찬을 받았다.
[2026 인스부르크 월드 시리즈 남자 볼더 결승 최종 순위]
안라쿠 소라토 (JPN) - 74.0점
카와마타 레이 (JPN) - 59.3점
이도현 (KOR) - 59.3점
샘 아바주 (FRA) - 49.9점
천종원 (KOR) - 49.8점
한네스 반 다이센 (BEL) - 44.6점
아마가사 소타 (JPN) - 43.5점
맥스 밀른 (GBR) - 34.4점
연일 명승부가 쏟아지고 있는 인스부르크 월드 시리즈는 이제 리드(Lead) 종목으로 열기를 이어간다. 남녀 볼더링 부문을 휩쓴 선수들이 리드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전 세계 클라이밍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루트 해설 및 공략법
볼더 1번: 폭발적인 도약과 영리한 발 쓰기 (Coordination Power)
루트 해설: 전형적인 '코디네이션 파워(Coordination Power)' 문제입니다. 시작하자마자 머리 뒤쪽에 완전히 숨겨진 보라색 볼륨 홀드를 향해 시야를 확보하지 못한 채 온 힘을 다해 도약(Launch)해야 합니다. 이후 아래쪽으로 몸을 숙여 나쁜 조건의 존(Zone) 홀드를 거친 뒤, 까다로운 크림프 홀드를 지나 완등으로 연결됩니다. 벽의 각도가 매우 가파르고 입체적이어서 역동적인 무브가 필수적입니다.
공략법:
스윙 제어와 방향 전환: 도약 시 발생하는 거대한 제어하기 힘든 스윙을 영리하게 다스려야 합니다. 샘 아바주(Sam Avezou)처럼 도약 후 스윙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추며 몸의 방향을 왼쪽 Jug 홀드로 정확히 유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힐토 캠(Heel-toe cam) 활용: 중간의 나쁜 왼손 슬로퍼 영역을 지나갈 때, 발을 무리하게 밖으로 빼기보다 볼륨 사이에 힐(Heel)을 강하게 걸어 잠그면 손에 가해지는 하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다이렉트 점프(Beta break): 힘이 좋은 선수(예: 장원종)는 중간 구조물을 거치지 않고, 존을 획득한 기세를 이어 상단부까지 곧바로 다이렉트 점프로 넘어가 스윙을 한 번에 제어하는 과감한 공략이 유효합니다.
볼더 2번: 템포 조절이 핵심인 초장거리 슬랩 (Long Slab)
루트 해설: 결승전 벽면 전체(왼쪽부터 오른쪽 끝까지)를 길게 가로지르는 거대한 '롱 슬랩(Long Slab)' 루트입니다. 초반에는 작은 발 홀드를 딛고 미지의 포켓 홀드로 뛰어오르는 동적인 무브로 시작해, 중간부에서는 미세한 홀드 위에서 균형을 잡는 정적인 무브로 전환되었다가, 마지막에 다시 역동적인 도약으로 완등해야 하는 '템포(Tempo)의 변화'가 극심한 코스입니다.
공략법:
스킵(Skip) 모멘텀 무브: 첫 도약 시 분홍색 발 홀드 위에서 중심을 잡으려고 멈춰 서면 수직 벽 특성상 튕겨 나가기 쉽습니다. 분홍색 홀드는 살짝 딛고 스치듯 지나가는(Skip) 디딤돌로만 활용하고, 그 추진력(Momentum)을 이어 곧바로 검은색 볼륨으로 넘어가 안착해야 합니다.
철저한 바디 포지셔닝: 볼륨들이 몸을 바깥쪽으로 밀어내는 각도이기 때문에, 골반과 상체를 벽면에 최대한 밀착시켜야(특히 무릎을 굽혀 낮추는 스쿼트 자세나 드롭니 자세 활용) 마찰력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신발 비대칭 착용 전략: 일본의 레이 카와마타(Rei Kawamata)처럼 왼발에는 볼륨 마찰력용 부드러운 창의 신발을, 오른발에는 미세한 칩을 딛기 위한 딱딱한 창의 신발을 다르게 신어 좌우 무브의 효율을 따로 극대화하는 것도 좋은 공략입니다.
볼더 3번: 카무플라주 크림프와 어깨 압박 (Physical/Crimp)
루트 해설: 볼륨과 완전히 같은 색상·디자인으로 세팅되어 바닥에서는 홀드가 잘 보이지 않는 '인코그니토 크림프(Incognito Crimps, 위장 크림프)' 홀드들이 배치된 루트입니다. 초반의 미세한 크림프 지대를 지나면 상단에는 거대한 볼륨들이 배치되어 있으며, 마지막은 어깨의 한계를 시험하는 강력한 사이드 풀(Side-pull) 압박 무브로 마무리됩니다.
공략법:
사전 위치 파악: 바닥에서 홀드가 잘 보이지 않으므로 관찰 시간(Observation) 동안 홀드의 정확한 위치와 각도를 머릿속에 완벽히 시각화해야 합니다.
강력한 숄더 파워와 엄지 감싸기(Thumb wrap): 상단의 미세한 크림프는 방향이 비스듬하게 돌아가 있어 몸이 밖으로 터지기 쉽습니다. 엄지손가락을 나머지 손가락 위로 강하게 감싸 쥐는 록오프(Lock-off) 그립을 쓰고, 어깨 힘으로 체중을 벽 쪽으로 고정해야 합니다.
높은 발 올리기(High heel-hook): 상단부 스윙을 제어하기 위해 아주 높은 위치에 힐 훅(Heel-hook)을 걸어 상체의 부담을 줄이고, 양손을 슬로퍼 중심부로 모아 정적으로 압착하며 지탱해야 합니다.
볼더 4번: 상식을 거부하는 최악의 무텍스처 슬로퍼 (No-texture Shoulder Press)
루트 해설: 스타트 이후 상단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마찰력(Texture)이 전혀 없는 매끄러운 노텍스처 볼륨들을 지나야 하는 까다로운 문제입니다. 이 루트 역시 시작 단계에서 루트 세터가 의도한 정석 루트와 아래쪽 공간을 활용하는 우회 루트가 정면충돌하며 선수들의 두뇌 싸움을 유도했습니다.
공략법:
출제 의도(정석) 공략: 위쪽 볼륨을 타고 정면으로 진입하는 방법입니다. 한네스 반 다이센(Hannes Van Duysen)처럼 몸의 방향을 왼쪽으로 과감히 틀어 발 스왑(Foot swap)을 원활하게 만든 뒤, 몸을 최대한 낮추어 벽과 밀착한 상태에서 노텍스처 볼륨을 양손으로 푸시(Push/Palm press)하며 일어서야 합니다.
아래쪽 우회 공략 (Beta break): 루트 세터의 의도를 벗어나 아래쪽 공간으로 길게 찢고 가는(Low way) 해법입니다. 샘 아바주나 맥스 밀른(Max Milne) 등이 시도한 방식으로, 유연성을 극대화해 아주 낮은 yellow 볼륨과 지브(Jib)에 발을 디딘 후 위쪽 볼륨을 크림프 그립처럼 재주껏 움켜잡고 버티는 기상천외한 방식입니다. 단, 발 홀드가 너무 미끄러워 정밀한 체중 이동이 수반되지 않으면 심하게 미끄러질 위험이 큽니다.
세계 최강의 고정력: 세라토 나루처럼 극단적인 파워를 가진 선수는 발 스왑 과정의 복잡한 밸런스를 무시하고, 미세한 볼륨 모서리를 핀치 그립으로 잡은 채 순수 손가락 악력과 '스티키(Sticky)'한 고정력만으로 상체를 벽에 묶어두고 다이렉트로 결승 지점까지 도약하는 방식으로 루트를 파괴할 수 있습니다.

1. 안라쿠 소라토 (Sorato ANRAKU) - JPN / 1위
문제 해결 능력: "정석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압도적 그립력" 안라쿠 소라토는 복잡한 발 기술(Foot swap)이 요구되는 4번 노텍스처 볼륨 문제에서, 발을 바꾸는 대신 미세한 볼륨 모서리를 핀치 그립으로 잡고 순수 상체 힘만으로 끌어당겨 돌파하는 파괴적인 해법(Beta)을 보여주었습니다. 출제자의 의도를 뛰어넘는 악력이 최고의 문제 해결 능력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경기력: 강인한 멘탈과 집념. 약점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2번 슬랩(Slab) 문제에서 무려 11번의 시도를 거듭하면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끝내 완등(Top)을 쟁취했습니다. 체력 배분과 집중력 면에서 현재 세계 최강임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2. 카와마타 레이 (Rei KAWAMATA) - JPN / 2위
문제 해결 능력: "치밀한 전략과 장비 활용의 마술사" 2번 롱 슬랩(Long Slab) 문제를 풀기 위해 양발에 다른 암벽화(비대칭 착용)를 신고 나오는 놀라운 전략을 선보였습니다. 왼발에는 볼륨의 마찰력을 극대화할 부드러운 창(Drago)을, 오른발에는 미세 지브(Jib)를 딛기 위한 단단한 창(Instinct)을 착용하여 루트의 요구사항을 장비로 완벽히 파훼했습니다.
경기력: 뛰어난 페이스 조절이 돋보였습니다. 체력 소모가 심한 3번, 4번 문제에서 무리하게 시도 횟수를 늘리지 않고 존(Zone)을 확실히 챙기며 점수를 관리해 은메달을 확보하는 영리한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3. 이도현 (Dohyun LEE) - KOR / 3위
문제 해결 능력: "정확한 타이밍과 군더더기 없는 신체 제어" 이도현 선수는 역동적인 코디네이션(1번)과 오버행 파워 문제(3번)에서 가장 정석적이고 깔끔한 해답을 제시했습니다. 점프 직후 발생하는 강한 스윙을 코어 텐션으로 잡아내고, 순간적인 왼손-오른손 체중 이동을 오차 없이 수행해 냈습니다.
경기력: 메달권 경쟁의 엄청난 압박감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클러치 능력을 뽐냈습니다. 4번 문제의 시작 구간에서 다소 고전했지만, 빠르게 자세를 수정하여 동메달 확보에 필요한 핵심 점수(Zone)를 안정적으로 따내는 침착함이 빛났습니다.

4. 샘 아바주 (Sam AVEZOU) - FRA / 4위
문제 해결 능력: "고정관념을 깨는 창의적인 루트 파괴자(Beta Breaker)" 1번 문제에서 모두가 정면으로 뛰어올라 스윙을 버틸 때, 빈 공간에 힐토 캠(Heel-toe cam)을 걸어 스윙 자체를 없애버리는 기발한 해법으로 단숨에 플래시(1차 시도 완등)를 기록했습니다. 4번 문제에서도 세터가 의도한 상단 돌파 대신 매트리스에 닿을 듯 몸을 낮춰 하단부를 기어가는 '우회 루트(Low-way)'를 설계하는 등 가장 독창적인 루트 파인딩을 보여주었습니다.
경기력: 창의적인 시도는 좋았으나, 4번 볼더에서 발 홀드가 극도로 미끄러운 우회 베타에 너무 많은 체력과 시도 횟수를 소모하며 아쉽게 4위로 밀려났습니다.

5. 천종원 (Jongwon CHON) - KOR / 5위
문제 해결 능력: "직관적인 타게팅과 다이렉트 도약" 천종원 선수는 복잡하게 밸런스를 잡기보다 직관적인 힘과 탄력을 앞세운 베타를 선호했습니다. 1번 문제에서 중간의 불필요한 자세 제어를 생략하고 타깃 크림프를 향해 직선으로 점프해 꽂히는 상남자다운 해법을 선보였습니다.
경기력: 특유의 쇼맨십으로 결승전 무대의 열기를 가장 완벽하게 지배했습니다. 하지만 순수 마찰력과 정적인 밸런스를 요구하는 슬랩 구간(2번, 4번)에서는 하체 중심 이동에 다소 어려움을 겪으며 점수 추가에 실패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6. 한네스 반 다이센 (Hannes VAN DUYSEN) - BEL / 6위
문제 해결 능력: "가장 완벽한 교과서적 무브먼트" 4번 노텍스처 볼륨 문제에서 모두가 고전할 때, 몸을 벽 쪽으로 완전히 비틀어 완벽하게 발을 바꾸고(Foot swap) 일어서는 가장 출제 의도에 부합하는 정석 해법을 보여주었습니다.
경기력: 무브의 완성도는 1위인 안라쿠 소라토 못지않았으나, 4번 문제 완등 직전 손톱(Nail)이 미끄러지는 불운한 부상이 겹치면서 체력이 급격히 방전되었고 결국 6위로 대회를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7. 아마가사 소타 (Sohta AMAGASA) - JPN / 7위
문제 해결 능력: "유연성을 무기로 한 변칙적 돌파" 2번 슬랩 문제에서 무릎을 찢고 매트리스 쪽으로 몸을 완전히 낮추어 미끄러지듯(Sliding) 존 홀드를 찾아 들어가는 특이한 베타를 시도했습니다.
경기력: 유연성과 끈기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지만, 타깃 홀드를 정확하게 낚아채는 세밀한 통제력(Precision)이 약간 부족하여 시도 횟수가 초과되며 높은 순위로 올라서지 못했습니다.

8. 맥스 밀른 (Maximillian MILNE) - GBR / 8위
문제 해결 능력: "투지 넘치는 좁은 공간 활용" 키가 작은 본인의 신체적 조건을 활용해 4번 문제에서 좁은 볼륨 사이에 몸을 완전히 구겨 넣는(Squat position) 우회 베타를 시도하며 샘 아바주와 함께 루트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경기력: 파워를 요구하는 3번 문제에서 존(Zone)을 획득하지 못한 치명적인 실수가 전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4번 볼더에서 투지 넘치게 사투를 벌였으나, 누적된 체력 소모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