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점의 미학, 완벽을 향한 10대들의 비상… '2026 그라츠 대회' U17 명승부 평가
김주운 기자 (wingmen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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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U17 결승전
"0.1점이 메달 색을 바꿨다"… 2026 그라츠 대회 U17 남녀 결승, 역대급 명승부 연출
[오스트리아 그라츠] 2026 월드 클라이밍 유럽 유스 시리즈 그라츠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17세 이하(U17) 남녀 결승전이었다. 유럽 클라이밍의 무서운 10대 돌풍을 증명하듯, 남녀부 모두 마지막 문제까지 메달의 주인공을 알 수 없는 피 말리는 초접전이 펼쳐졌다.
■ '0.6점 차이에 7명 몰려'… 스페인의 셀리아 칼빈 델 프레스노, 여자부 챔피언 등극 U17 여자부 결승은 그야말로 숨 막히는 완등 쇼였다. 결승에 진출한 선수 대부분이 최상의 컨디션을 뽐내며 문제들을 차례로 격파했고, 1위부터 7위까지의 점수 차이가 단 0.6점에 불과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바늘구멍 같은 승부 속에서 스페인의 셀리아 칼빈 델 프레스노(Celia Calvin Del Fresno)가 84.5점을 기록, 프랑스의 리자 기동(Lisa Guidoni, 84.4점)을 불과 0.1점 차로 제치고 짜릿한 금메달을 차지했다. 동메달은 84.3점을 기록한 불가리아의 예바 스티엔코바(Yeva Stienkova)에게 돌아갔다.
■ 이탈리아의 친그리니, 0.4점 차이로 남자부 U17 왕좌 차지 U17 남자부 역시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명승부였다. 이탈리아의 에밀리아노 친그리니(Emiliano Zingrini)가 74.9점을 획득하며, 74.5점을 기록한 슬로베니아의 로브로 토마진(Lovro Tomažin)을 단 0.4점 차로 꺾고 시상대 정상에 올랐다. 이탈리아는 1위 친그리니를 비롯해 3위(피에트로 프란초니)와 4위(레오나르도 도놀라)까지 상위권에 포진하며 탄탄한 유스 시스템의 저력을 과시했다.
[인터뷰] "0.4점 차의 숨 막히는 승부… 이탈리아 동료들의 응원이 금메달을 만들었다" – U17 남자부 챔피언, 에밀리아노 친그리니(Emiliano Zingrini, ITA)
2026 월드 클라이밍 유럽 유스 시리즈 그라츠 대회의 U17 남자부 결승은 역대급 명승부였다. 슬로베니아의 로브로 토마진(Lovro Tomažin)과 마지막 문제까지 엎치락뒤치락하는 초접전 끝에, 단 0.4점 차이(친그리니 74.9점, 토마진 74.5점)로 시상대 정상에 오른 이탈리아의 유망주 에밀리아노 친그리니를 만나 극적인 우승 소감을 들어보았다.
Q. 2위인 로브로 토마진 선수와 불과 0.4점 차이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승리가 확정된 순간 기분이 어땠나요?
에밀리아노 친그리니 (이하 친그리니): 정말 믿기지 않았습니다. 경기 내내 점수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 홀드를 잡는 순간까지 극도의 긴장 상태였습니다. 단 한 번의 시도(Attempt) 실수가 메달 색깔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점수판을 보지 않고 오직 제 앞의 문제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끝까지 놓지 않았던 집중력이 0.4점 차이라는 짜릿한 승리를 가져다준 것 같습니다.
Q. 이번 대회에서 이탈리아의 강세가 엄청났습니다. 본인을 포함해 피에트로 프란초니(3위), 레오나르도 도놀라(4위)까지 톱4에 3명의 이탈리아 선수가 이름을 올렸는데요.
무척 자랑스러운 결과입니다. 저희는 평소에도 함께 훈련하며 서로에게 가장 큰 자극제가 됩니다.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도 경기장에서는 누구보다 서로를 응원하죠. 결승전이라는 압박감이 큰 무대에서, 뒤돌아볼 때마다 동료들이 함께 있다는 사실이 심리적으로 엄청난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이탈리아 클라이밍 유스 시스템의 저력을 확실히 보여준 것 같아 기쁩니다.
Q. 결승 문제들이 체력과 코디네이션을 극한으로 요구했습니다. 가장 까다로웠던 루트는 무엇이었고 어떻게 돌파했나요?
친그리니: 마지막 4번 문제가 가장 큰 고비였습니다. 거대한 볼륨 위에서 맨틀링(밀어내기)을 하며 밸런스를 잡아야 했고, 체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에서 과감하게 몸을 던져야 하는 스윙 구간이 있었거든요. 공중에 몸이 떴을 때 발로 완벽하게 브레이크를 걸어 반동을 잡았던 타이밍이 완등을 결정지었습니다. 또한, 2번 오버행 문제에서 무작정 힘으로 당기지 않고 토훅과 힐훅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상체의 펌핑을 줄였던 전략도 주효했습니다.
Q. 최고의 성적으로 대회를 마무리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친그리니: 이번 우승은 제게 클라이머로서 큰 자신감을 심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점도 많아요. 코어 근력을 더 키우고 미세한 밸런스 감각을 다듬어서, 다가오는 세계 유스 선수권 대회에서도 흔들림 없는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시니어 무대에서도 이탈리아를 빛내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1. 루트 분석 (Route Analysis)
스타트 및 10점 구간 진입: 시작부터 다리를 가슴 높이까지 끌어올리는 하이스텝(High-step) 자세가 요구되며, 순간적인 코어의 반동을 이용해 위로 솟구치듯 일어서야 하는 진입 장벽이 존재합니다.
마의 크럭스 (10점 포인트에서의 혼란): 10점 홀드를 잡은 후 다음 동작으로 넘어갈 때 시도 횟수(Attempt)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마의 구간입니다. 사전에 루트 파인딩이 완벽하게 되어 있지 않으면, 자세를 여러 번 고쳐 잡다가 밸런스가 무너져 추락하게 됩니다.
25점 포인트(완등) 구간: 거대한 매크로 홀드에 붙어 있는 아주 미세한 크림프 홀드를 발끝으로 디뎌야 하며, 이후 보라색 볼륨 홀드를 이용해 몸을 밀어올려야 하는 구조입니다.
2. 핵심 공략법 (Strategy)
코어 반동과 우측 밸런스의 완벽한 통제: 다리를 가슴까지 올린 후, 강력한 코어의 힘과 탄력을 살려 폭발적으로 위로 솟구쳐야 합니다. 이때 솟구치는 에너지를 오른발에 완벽하게 집중시켜 중심을 확고히 잡는 것이 관건입니다. 일어서는 즉시 골반과 몸을 벽에 바짝 밀착하여 10점 홀드에서의 밸런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직관적인 루트 파인딩과 발끝 감각: 10점 포인트에서 불필요한 자세 변경은 곧 실패로 이어집니다. 망설임 없이 다음 동작으로 이어가야 하며, 매크로 홀드에 부착된 미세한 크림프 홀드에 발끝을 정확히 세워 딛고(Edging) 일어서는 정교한 풋워크(Footwork)가 25점으로 가는 절대적인 열쇠입니다.
벽과의 일체화, 그리고 밀어내기(Push): 마지막 25점 완등 홀드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벽과 몸이 하나가 된 것처럼 완벽하게 밀착해야 합니다. 오른발로 보라색 볼륨 홀드를 굳건히 디딘 후, 홀드를 손으로 당기는 것이 아니라 하체의 힘을 이용해 아래에서 위로 밀어내는(Push/Mantling) 동작으로 25점 포인트를 안정적으로 제압해야 합니다.
[2번 문제] 극한의 오버행과 근지구력: 데드포인트와 무릎 록온(Lock-on)의 정수
강력한 오버행 각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중력을 온몸으로 버텨야 하는 순수 '힘과 근지구력'의 무대입니다. 하지만 상체 파워만 믿고 덤볐다가는 쏟아지는 각도를 이기지 못하고 튕겨 나가기 십상인, 고도의 하체 트릭이 숨겨진 문제입니다.
1. 루트 분석 (Route Analysis)
초반 크럭스 (슬로퍼 ➡️ 포켓 진입): 언더 홀드(Under hold)로 불안정하게 출발하여 오른손으로 슬로퍼 볼륨을 제압한 뒤, 다시 같은 오른손으로 매크로에 붙은 커다란 포켓 홀드를 향해 데드포인트(Deadpoint, 순간적으로 몸을 띄워 홀드를 낚아채는 기술)를 쳐야 합니다. 각도가 너무 세서 손이 쉽게 빠져나오며 시도 횟수를 갉아먹는 첫 번째 마의 구간입니다.
중반 크럭스 (10점 홀드 런지): 포켓 홀드에서 자세를 재정비한 후, 왼손 크림프 전진에 이어 오른손으로 다음 슬로퍼(10점 포인트)를 향해 런지를 뛰어야 합니다. 여기서도 타격 순간 손이 밀려 빠지는 실수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완등을 향한 고속도로: 10점 포인트의 까다로운 런지를 버텨내기만 하면, 25점 완등 홀드까지는 순식간에 도달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2. 핵심 공략법 (Strategy)
오른손 데드포인트의 대안, 과감한 왼손 크로스: 초반에 오른손을 연속으로 쓰는 것이 너무 불안정하다면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왼손으로 곧바로 포켓 홀드를 낚아챔과 동시에, 오른손으로는 잡고 있던 슬로퍼 홀드를 강하게 억눌러(Push/Press) 튕겨 나가는 몸의 반동을 잡아내는 방법입니다. 이후 포켓 홀드에 두 손을 모아(Match) 흔들리는 자세를 완벽히 통제하고 다음 무브를 준비해야 합니다.
10점 슬로퍼 제압의 열쇠, 극한의 하체 버티기 (무릎 록온): 이 문제의 진짜 해법은 런지를 뛰는 팔이 아니라 '발과 무릎'에 있습니다. 오른손이 10점 슬로퍼를 향해 날아갈 때, ① 왼발 끝으로 벽을 강하게 찍어 토훅(Toe-hook)을 걸고 ② 동시에 왼발 무릎을 이용해 오른발이 디디고 있는 흰색 포켓 홀드 하단부를 강하게 밀어붙여(Knee-scumming/Camming) 하체를 바위에 쐐기처럼 박아 넣어야 합니다.
속도전으로 25점 제압: 이 기가 막힌 하체 기술로 스윙을 버텨내고 10점 슬로퍼를 제압했다면, 펌핑(근육 수축)이 한계에 달하기 전에 남은 체력을 쥐어짜 내어 25점 완등 포인트까지 망설임 없이 치고 올라가야 합니다.
[3번 문제] 연속 다이내믹의 향연: 4연속 비행과 더블 다이노의 함정
이 문제는 체공 시간 동안 몸의 밸런스를 얼마나 잘 통제하느냐가 관건입니다. 공중으로 몸을 날리는 과감함은 기본이고, 홀드에 닿는 순간 반동을 상쇄하는 고도의 코디네이션 능력이 메달을 결정짓습니다.
1. 루트 분석 (Route Analysis)
하이 스타트와 연속 런지: 스타트 지점이 매우 높게 세팅되어 있습니다. 시작부터 런지(Lunge)를 뛰어 넓은 슬로퍼 홀드를 양 손바닥으로 제압해야 하며, 다음 볼륨 역시 런지로 한 손을 먼저 뻗어 제압한 뒤 합손(Match)하는 구조입니다.
마의 10점 구간 (더블 다이노의 강제): 10점 포인트로 향하는 길목이 이 문제의 가장 큰 크럭스(Crux)입니다. 10점 홀드로 향할 때 스윙(진자 운동)이 크게 발생하도록 세팅되어 있습니다.
최종 관문 (25점 런지와 슬로퍼 핀치): 보라색 핀치 볼륨에 합손한 뒤, 마지막 25점 완등 홀드를 향해 다시 한번 한 손 런지를 시도해야 합니다. 하지만 완등 홀드가 잡기 힘든 슬로퍼 형태의 핀치라, 여기서 손이 빠지며 시도 횟수(Attempt)를 대거 잃게 됩니다.
2. 핵심 공략법 (Strategy)
초반 런지 구간의 체력 보존: 첫 슬로퍼 홀드는 악력이 아닌 양 손바닥의 넓은 면적을 이용한 마찰력으로 제압해야 합니다. 이어지는 두 번째 런지 후 합손 과정에서 체공 시간의 흔들림을 최소화하여 체력 소모를 줄이는 것이 후반부를 위한 밑거름이 됩니다.
10점 제압의 절대 법칙 (동시 타격): 이 문제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10점 홀드를 향해 한 손만 뻗어 잡으려 하면, 몸의 거센 스윙 동작을 버티지 못하고 100% 손이 빠져 추락하게 됩니다. 추락을 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10점 홀드와 그다음 홀드인 '보라색 핀치 볼륨'을 동시에 낚아채는 '더블 다이노(Double Dyno)'를 과감하게 시도하여 양손으로 스윙을 흡수해야 합니다.
손가락의 한계 돌파 (25점 완등 버티기): 마지막 25점 핀치 볼륨으로 날아갈 때는 엄청난 집중력이 요구됩니다. 홀드에 손이 닿는 순간, ① 한 손 핀치 그립에 손가락의 모든 악력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쥐어짜야 하며, ② 동시에 잡고 있던 왼손 핀치 홀드와 두 발의 발 홀드를 강하게 지탱해 온몸의 코어로 스윙을 버텨내야만 비로소 완등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4번 문제] 다이내믹 포켓 타겟팅과 슬로퍼의 함정
이 문제는 몸을 날리는 폭발적인 탄력과, 바늘구멍에 실을 꿰듯 정교한 손끝 감각을 동시에 발휘해야 합니다. 특히 마지막 완등으로 가는 길목에 선수를 현혹하는 치명적인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1. 루트 분석 (Route Analysis)
불안정한 진입과 연속 다이내믹: 몸이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까다로운 자세로 스타트합니다. 시작 직후 삼각형 매크로 홀드를 향해 몸을 날리고, 곧바로 10점 포인트인 포켓 홀드에 정확히 손가락을 꽂아 넣어야 하는 연속 런지 구간이 등장합니다.
10점 이후의 크럭스 (흰색 핀치): 10점 포인트를 지나면 우측에 강력한 악력을 요구하는 흰색 핀치(Pinch) 홀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완등을 위한 자세를 완전히 웅크리며 에너지를 모아야 합니다.
최종 관문 (25점 포켓과 조준 실패): 웅크린 몸을 스프링처럼 튕겨내며 25점 완등 홀드(포켓)로 솟구쳐야 합니다. 많은 선수가 25점 직전에 있는 흰색 볼륨 홀드를 잡으려다 미끄러지거나, 포켓 조준에 실패하여 추락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2. 핵심 공략법 (Strategy)
10점 구간 진입: '발'보다 '손'이 먼저다
보통 런지 시 발을 먼저 안착시키려 하지만, 이 구간에서는 그게 오히려 독이 됩니다. 몸을 날릴 때 오른발을 매크로 홀드에 먼저 찍으려다가는 템포를 잃게 됩니다. 손이 먼저 홀드에 닿는다는 느낌으로 과감하게 리드하여, 그 탄력을 살려 지체 없이 왼손 손가락을 10점 포켓에 찔러 넣는 것이 핵심 팁입니다.
흰색 핀치 홀드의 완벽한 제압과 하체 푸시
정상으로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징검다리입니다. 10점 포인트 다음의 흰색 핀치 홀드를 오른손으로 빈틈없이 꽉 쥐어 제압해야 합니다. 이후 왼발로 홀드를 강력하게 밟고 밀어 올리며 몸을 한껏 움츠려 다음 도약을 위한 폭발적인 반동 에너지를 비축합니다.
치명적인 함정 회피: 슬로퍼는 '터치'만 할 뿐, 시선은 25점에
25점 포켓 바로 직전에 있는 흰색 볼륨 홀드는 그립이 매우 좋지 않은 미끄러운 슬로퍼(Sloper)입니다. 이 홀드를 '잡고' 버티려고 하면 100% 추락합니다.
움츠렸던 몸을 위로 튕겨 올릴 때, 왼손으로 이 슬로퍼 볼륨을 짧게 '터치(Tap)'하며 밀어내는 힘과 반동만 얻은 뒤, 곧바로 시선을 25점 포켓에 고정하고 오른손 손가락을 빠르게 꽂아 넣는 '원 모션' 돌파가 완등을 결정짓는 마스터키입니다.
[인터뷰] "0.1점이 가른 금메달… 숨 막히는 압박감을 이겨낸 스페인의 신성" – U17 여자부 챔피언, 셀리아 칼빈 델 프레스노(Celia Calvin Del Fresno, ESP)
2026 월드 클라이밍 유럽 유스 시리즈 그라츠 대회의 U17 여자부 결승전은 클라이밍 역사에 남을 전례 없는 '바늘구멍 승부'였다. 결승 진출자들의 기량이 최고조에 달해 1위부터 7위까지의 점수 차이가 단 0.6점에 불과했던 이 역대급 명승부에서, 스페인의 셀리아 칼빈 델 프레스노가 84.5점을 기록하며 84.4점의 리자 기동(프랑스)을 0.1점 차로 제치고 극적인 금메달을 차지했다. 믿기 힘든 승부를 뚫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선 그녀를 만났다.
Q. 2위인 리자 기동 선수와 단 0.1점 차이, 그리고 7위까지 0.6점 차이밖에 나지 않는 그야말로 피 말리는 접전이었습니다. 우승이 확정되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셀리아 칼빈 델 프레스노 (이하 셀리아): 솔직히 전광판에 최종 결과가 떴을 때 제 눈을 의심했어요. 결승전 문제들이 다들 해볼 만한 난이도였기 때문에, 작은 실수 하나가 치명적이라는 걸 모든 선수가 알고 있었죠. 점수 차이가 이렇게까지 촘촘할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0.1점 차이로 금메달을 땄다는 사실이 아직도 꿈만 같고, 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에 엄청난 안도감과 기쁨을 느낍니다.
Q. 모두가 완등을 노리는 상황에서는 단 한 번의 시도 횟수(Attempt) 차이가 메달 색깔을 결정짓습니다.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이 있었을 텐데요.
맞아요. 대기실에서부터 긴장감이 엄청났습니다. 다른 선수들이 첫 시도(Flash)에 문제를 풀어낼 때마다 '나도 무조건 한 번에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짓눌렀어요. 하지만 벽 앞에 서는 순간부터는 철저하게 주변의 소음을 차단하고 오직 저의 등반 리듬에만 집중하려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습니다. 무리하게 속도를 내기보다는, 평소 훈련했던 대로 정확한 동작을 구사하려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Q. 이번 결승 루트 중 가장 까다롭게 느껴졌던 구간이나, 승부처였다고 생각하는 문제는 무엇이었나요?
정교한 밸런스와 창의적인 무브를 요구하는 볼륨 문제들이 특히 까다로웠습니다. 명확하게 잡을 수 있는 홀드가 부족해서, 몸의 무게 중심을 미세하게 옮기며 볼륨의 마찰력을 이용해야 했거든요. 조금이라도 밸런스가 흔들리면 바로 미끄러지는 세팅이었기 때문에, 매 순간 코어에 강하게 힘을 주고 발끝의 감각에 온 신경을 집중했습니다. 거기서 실수를 줄이고 시도 횟수를 아꼈던 것이 0.1점 차 승리를 만든 결정적 요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Q. 치열했던 유럽 유스 시리즈 그라츠 대회를 금메달로 장식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이번 우승은 저에게 너무나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유럽의 동세대 선수들과 극한의 경쟁을 펼치면서 제 스스로도 한 단계 더 성장한 느낌입니다. 이 기세를 몰아 다가오는 세계 유스 선수권 대회에서도 스페인의 위상을 드높이고 싶고,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 시니어 월드컵 무대에서도 활약하는 멋진 클라이머가 되겠습니다.
[1번 문제] 속도와 제동의 조화: 정교한 다이노와 스윙 컨트롤
선수들의 순발력과 체공 시간 동안의 신체 제어 능력을 묻는 다이내믹 문제입니다.
루트 분석: 도움닫기 후 몸을 날려(Run & Jump) 두 개의 커다란 슬로퍼 홀드를 동시에 제압해야 합니다. 10점 포인트를 획득한 후 25점 완등 홀드를 향해 다시 한번 몸을 던져야 하는데, 완등 홀드의 방향이 몸의 진행 방향과 어긋나 있어 엄청난 스윙(반동)이 발생합니다.
공략법 (Strategy):
시선 고정과 더블 캐치: 무작정 뛰는 것이 아니라 포물선을 그리며 뛰어올라, 양손이 홀드에 닿는 순간 정확히 마찰력을 극대화해 제압해야 합니다.
완등 홀드에서의 코어 브레이크: 25점 홀드를 낚아채는 순간 몸이 크게 휘청입니다. 이때 허공에 있는 발 중 하나를 벽이나 이전 홀드에 강력하게 찍어 눌러(Toe-catch) 진자 운동을 멈춰 세우는 코어 힘이 0.1점을 지켜내는 핵심입니다.
[2번 문제] 유연성의 함정: 듀얼 텍스처 슬랩과 하이스텝
결승전의 첫 단추이자, 자칫 멘탈이 무너져 시도 횟수를 잃기 가장 쉬운 밸런스 문제입니다.
루트 분석: 손으로 당길 수 있는 홀드가 거의 없고, 마찰력이 없는 미끄러운 표면(듀얼 텍스처)이 섞인 볼륨 위주로 세팅되어 있습니다. 스타트 직후 다리를 골반 높이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극단적인 하이스텝(High-step) 구간이 존재하며, 여기서 밸런스를 잃고 미끄러지는 실수가 자주 발생합니다.
공략법 (Strategy): * 골반 열기와 체중 이동: 손의 힘은 거들 뿐입니다. 하이스텝을 밟은 후, 벽에 골반을 완전히 밀착시키고(개구리 자세) 서서히 발끝으로 체중을 100% 이동시켜야 합니다.
침착한 10점 제압: 10점 포인트에서 다음 홀드로 넘어갈 때 과감하게 일어서야 하지만, 속도를 내기보다는 발끝의 스미어링(비벼 딛기) 감각을 믿고 천천히 밀어올려 단 한 번의 시도로 완등을 가져가야 합니다.
[3번 문제] 극한의 체조 밸런스: 듀얼 텍스처 슬랩과 '엄지(Thumb) 푸시' 도약
이번 3번 문제는 오버행이 전혀 없는 평평한 벽(Slab)이지만, 밟고 잡기 까다로운 매끄러운 파란색 듀얼 텍스처(Dual-texture) 홀드들이 도배되어 있어 선수들의 유연성과 밸런스 감각을 잔인하게 시험하는 '체조 스타일'의 과제입니다.
1. 루트 분석 (Route Analysis)
초고난도 스타트 포지션: 오른발을 골반 높이까지 극단적으로 끌어올리고, 왼손으로 파란색 듀얼 텍스처 홀드를 찍어 누르며 일어서야 합니다. 이때 양손이 허리 아래에 위치해 무게 중심이 매우 낮게 형성되며, 왼발은 미세한 크림프를 딛고 있는 극도로 불편한 자세에서 도약을 준비해야 합니다.
10점 포인트 진입: 몸을 쭉 펴며 일어선 뒤 벽에 완전히 밀착해야 합니다. 미끄러운 듀얼 텍스처 홀드를 오른발로 밟고, 왼발을 멀리 떨어진 매크로의 크림프 홀드에 정확히 안착시킵니다. 이후 양손으로 볼륨 홀드를 잡고 오른쪽으로 밀어내며 10점을 획득합니다.
최종 25점 관문 (다이내믹 점프): 10점 획득 후 다시 미끄러운 홀드를 밟고 전진하다가, 멀리 떨어진 매크로 홀드를 향해 순간적으로 점프를 뛰어 25점 파란색 볼륨 홀드를 손바닥으로 밀어 올리며(Mantling/Push) 완등해야 합니다.
2. 핵심 공략법 (Strategy)
스타트 크럭스 돌파: 철저한 벽과의 일체화
낮은 무게 중심에서 억지로 일어서려다 보면 몸의 중심이 벽 바깥으로 빠지면서 허무하게 추락하기 십상입니다. 왼손으로 홀드를 강하게 찍어 누르는 동시에, 일어서는 찰나의 순간부터 골반을 벽에 바짝 붙여 스윙(반동)이 바깥으로 향하지 않도록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미끄러짐의 공포 극복 (스미어링과 정확도):
듀얼 텍스처 홀드 위에서 발을 옮길 때는 발끝으로 홀드의 미세한 마찰면을 찾아 딛는 정확성이 생명입니다. 왼발을 멀리 뻗어 안착시킬 때 시선을 끝까지 발끝에 고정해야 합니다.
25점 완등의 마스터키: '왼손 엄지'를 이용한 지탱
10점에서 25점으로 향하는 점프 구간이 시도 횟수(Attempt)를 가장 많이 갉아먹는 마의 구간입니다. 멀리 떨어진 매크로 홀드에 안착하기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핵심 팁] 무작정 점프를 뛰는 대신, 왼손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10점 포인트 부근의 미세한 홀드를 아래에서 위로 강하게 밀어 올려(Under-push) 몸을 단단히 지탱하는 것이 비밀병기입니다. 이 엄지의 지지력을 축으로 삼아 밸런스를 잡고 점프를 시도해야만 흔들림 없이 목표 매크로에 안착하고 25점 볼륨을 제압할 수 있습니다.
[4번 문제] 포디움의 지배자: 대형 볼륨 퍼즐과 무릎 록온
동점자들을 갈라놓는 마지막 관문으로, 홀드가 아닌 '볼륨의 면적'을 이해해야 하는 창의력 문제입니다.
루트 분석: 명확히 쥘 수 있는 홀드가 아예 없고, 벽 전체가 거대한 둥근 볼륨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몸을 구겨 넣는 복잡한 자세를 요구하며, 마지막 25점 포인트는 손으로 잡을 곳 없이 몸을 밀어 올려야 하는 맨틀링(Mantling) 구간입니다.
공략법 (Strategy):
창의적인 니바(Knee-bar) 휴식: 10점 포인트 부근에서 두 볼륨 사이에 무릎을 단단히 끼워 넣어(니바) 상체의 힘을 완전히 풀고 휴식을 취하며 마지막 도약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 쉼표 하나가 완등을 좌우합니다.
당기지 말고 밀어라: 25점 완등 홀드는 잡는 것이 아닙니다. 볼륨의 윗부분을 두 손바닥으로 짚고, 수영장 밖으로 올라오듯 상반신을 힘껏 들어 올려(맨틀링) 몸의 무게 중심을 볼륨 위로 완전히 넘겨야 완등이 인정됩니다.
요약하자면: 이번 U17 여자부 결승 루트는 상위권 선수들이 모두 완등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었지만, 루트 파인딩 실수로 인한 재시도나 밸런스 붕괴로 인한 단 한 번의 미끄러짐이 곧바로 메달 탈락으로 이어지는 피 말리는 세팅이었습니다. 스페인의 셀리아 선수는 이 4개의 문제에서 가장 완벽하게 시도 횟수를 통제하며 0.1점 차이의 기적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 U17 여자부: '실수=탈락', 0.6점 사이에 7명이 몰린 피 말리는 밸런스 전쟁
이번 U17 여자부 결승전은 스포츠 클라이밍 역사에 남을 만한 '초접전'이었다. 1위부터 7위까지의 점수 차이가 단 0.6점에 불과했으며, 3위부터 5위까지 세 명의 선수가 84.3점으로 동률을 이루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의 셀리아 칼빈 델 프레스노(84.5점)와 2위 프랑스의 리자 기동(84.4점)의 격차는 단 0.1점이었다. 이는 이번 대회의 여자부 루트 세팅이 단순한 근력이 아닌, 극한의 밸런스와 시도 횟수 통제력을 물었기 때문이다.
특히 3번 문제처럼 매끄러운 듀얼 텍스처 위에서 체조 선수와 같은 유연성을 발휘하고, '엄지손가락'의 미세한 힘까지 동원해 스윙을 제어해야 하는 까다로운 밸런스 과제들이 주를 이루었다. 선수들의 전반적인 완등률이 높았던 만큼, 단 한 번의 루트 파인딩 실수나 밸런스 붕괴가 곧바로 포디움 탈락으로 이어지는 엄청난 멘탈 싸움이 관중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 U17 남자부: 0.4점 차의 명승부, 그리고 증명된 이탈리아의 압도적 저력
남자부 역시 1위 에밀리아노 친그리니(이탈리아, 74.9점)와 2위 로브로 토마진(슬로베니아, 74.5점)의 격차가 0.4점에 불과한 명승부였다.
남자부 세팅은 폭발적인 파워와 고도의 코디네이션(협응력)을 동시에 요구했다. 강력한 오버행에서 무릎으로 홀드를 밀어붙여(Knee-scumming) 버티는 하체 기술, 연속적인 런지와 더블 다이노, 그리고 공중에서 포켓 홀드에 정확히 손가락을 꽂아 넣어야 하는 동체 시력까지 클라이밍의 모든 기술적 정수가 동원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이탈리아 유스 시스템'의 쾌거다. 우승자 친그리니를 포함해 피에트로 프란초니(3위), 레오나르도 도놀라(4위)까지 톱4에 무려 세 명의 이탈리아 선수가 이름을 올렸다. 피지컬뿐만 아니라 정교한 등반 테크닉까지 완벽히 훈련된 이탈리아 선수단의 강력한 뎁스(Depth)는 향후 유럽 클라이밍 무대의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 총평: 성인 무대를 위협하는 '완성형 유망주'들의 등장
결과적으로 이번 2026 그라츠 대회 U17 부문은 '현대 스포츠 클라이밍의 진화'를 명확히 보여준 무대였다. 주최 측은 기존 시설인 '블록 하우스'를 활용한 친환경적 환경 속에서도, 선수들의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완벽한 세팅을 선보였다.
0.1점과 0.4점이라는 미세한 점수 차이는 선수들의 기량이 그만큼 상향 평준화되었음을 방증한다.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숨 막히는 심리적 압박감마저 이겨낸 이 어린 선수들이 머지않아 시니어 월드컵 무대에서 어떤 지각변동을 일으킬지, 전 세계 클라이밍 팬들의 기대감이 그라츠의 암벽 위에서 한층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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