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질리나 유럽 시리즈] 17m 오버행 지배한 '10대 돌풍'… 비게티·도이블러 리드 동반 우승
김주운 기자 (wingmen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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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종합] '10대 돌풍' 비게티·도이블러, 질리나 유럽 시리즈 리드 동반 우승
'마의 다이노' 변수 속 살아남은 이탈리아 17세 신성 비게티 금메달... 여자부는 오스트리아 도이블러의 극적 역전 우승
[슬로바키아 질리나] 2026년 8월 9일, 슬로바키아 질리나의 LA SKALA 클라이밍 센터에서 열린 '2026 월드 클라이밍 유럽 시리즈 질리나'가 리드(Lead) 결승전을 끝으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리드 부문에서는 10대 신성들이 무서운 기세로 베테랑들을 제치고 시상대 정상에 오르며 클라이밍계의 거침없는 세대교체를 알렸다.
■ 여자부: 도이블러의 유연성과 집중력, 역전 우승 일구다
17m의 가파른 오버행에서 치러진 여자부 결승에서는 오스트리아의 아니카 도이블러(Anika Deubler)가 완등에 가까운 50+를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예선과 준결승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린 반 데르 메르(Lynn van der Meer, 네덜란드)가 상단부 진입 후 동선 판단 지체에 따른 체력 저하로 4위(38+)에 머문 반면, 도이블러는 불리할 수 있는 신체 조건을 특유의 깊은 '드롭 니(Drop knee)'와 유연성으로 극복하며 가장 높은 곳에 도달했다.
은메달은 혹독한 펌핑 속에서도 매칭(Matching) 기술로 위기를 넘기며 끝까지 매달린 독일의 아니카 뮐러(Annika Müller, 48+)가 차지했다. 우크라이나의 라파엘 카즈베코바(Rafael Kazbekova, 46)는 한계 상황에서도 퀵드로우를 걸 힘조차 쥐어짜 내는 놀라운 투혼을 발휘하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 남자부: '마의 점프 구간' 넘은 17세 비게티의 영리한 플레이
남자부 결승은 초중반에 배치된 다이노(점프) 구간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다. 예선과 준결승에서 1위를 차지했던 영국의 16세 유망주 아이작 서튼(Isaac Sutton)을 비롯해 막스 딩거(Max Dinger, 독일) 등 우승 후보들이 이 점프 구간을 넘지 못하고 11+의 점수로 조기 탈락하는 이변이 속출했다.
이 잔혹한 혼전 속에서 빛난 것은 이탈리아의 17세 신성 잔루카 비게티(Gianluca Vighetti)였다. 비게티는 다른 선수들이 반동을 이용해 뛰어오른 점프 구간을 긴 팔다리와 유연성을 활용해 정적(Static)으로 넘어서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 코스 곳곳에서 창의적인 '니바(Knee bar)'로 완벽한 휴식을 취한 그는 45점을 기록, 28세의 베테랑 니콜라스 콜린(Nicolas Collin, 벨기에·40점)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콜린은 한계 상황에서 엄청난 기합 소리와 함께 악바리 같은 전진을 보여주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3위는 다이노 구간을 넓은 스윙으로 부드럽게 통과한 프랑스의 조르디 폴레스(Jordi Poles, 38점)에게 돌아갔다.
현지 중계진은 "극한의 지구력이 요구되는 17m 장기전에서 10대 선수들이 보여준 창의적인 루트 파인딩과 압박감을 이겨내는 멘탈이 놀라웠다"며 찬사를 보냈다. 스피드 부문에 이어 리드 부문까지 어린 선수들의 돌풍이 거세게 분 이번 질리나 시리즈는 스포츠 클라이밍계의 눈부신 기술적 진화와 세대교체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무대로 남게 되었다.
1. 여자부 결승 (Women's Final) 분석
문제 공략 및 해법 (Route Analysis)
루트 구성: 총 길이 17m의 가파른 오버행 벽으로, 약 50개의 홀드로 구성되었습니다. 초반부는 직관적이고 수월하지만, 중간 지점의 '점프(다이노)' 구간을 기점으로 난이도가 급상승합니다. 상단부의 '보라색/핑크색 홀드 구간'은 홀드가 미끄럽고 쉴 곳이 마땅치 않아 극강의 펌핑(근육 피로)을 유발합니다.

핵심 해법 (Crux & Solution):
초반 체력 안배: 초반 쉬운 구간에서 불필요한 힘을 빼지 않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통과하여 6분이라는 제한 시간과 체력을 세이브해야 합니다.
힐훅(Heel hook)과 드롭니(Drop knee)의 적극 활용: 가파른 경사에서 팔의 힘을 아끼기 위해 발기술을 이용해 체중을 벽에 밀착시키고 휴식을 취하는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망설임 없는 결단력: 상단부 핑크색 홀드 구간은 버티는 것 자체가 에너지를 소모하므로, 완벽한 자세를 찾으려 지체하기보다는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투지가 필요합니다.
선수별 경기 분석
아니카 도이블러 (Anika Deubler, 우승 - 50+): 불리할 수 있는 신체 조건을 압도적인 유연성과 깊은 '드롭 니(Drop knee)' 기술로 극복했습니다. 미끄러운 상단 홀드에서도 발에 정확히 체중을 실어내며 완등 홀드 직전까지 도달하는 완벽한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니카 뮐러 (Annika Müller, 2위 - 48+) & 라파엘 카즈베코바 (Rafael Kazbekova, 3위 - 46): 두 선수 모두 펌핑 관리에 탁월했습니다. 카즈베코바는 퀵드로우를 걸 힘조차 없는 한계 상황에서도 끝까지 홀드를 낚아채는 투지를 보였고, 뮐러 역시 상단부에서 손을 번갈아 매칭(Matching)하며 영리하게 고비를 넘겼습니다.
린 반 데르 메르 (Lynn van der Meer, 4위 - 38+): 예선과 준결승의 지배자였으나, 상단부 진입 후 자세를 잡는 과정에서 약간의 망설임이 발생했습니다. 이 짧은 지체가 급격한 체력 저하로 이어지며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훌리아 베나치 수베로 (Julia Benach Zubero, 40+): 초반부 허공에 발을 띄운 채 무릎만 벽에 거는 창의적인 '플로팅 니바(Floating knee bar)'로 찬사를 받았으나, 상단부 진입 전 동선을 너무 오래 고민하다 힘을 소진했습니다.
2. 남자부 결승 (Men's Final) 분석
문제 공략 및 해법 (Route Analysis)
루트 구성: 여자부와 마찬가지로 길고 가파른 코스지만, 초반부에 등장하는 '치명적인 점프(다이노)' 구간이 전체 경기의 판도를 뒤흔든 '필터(Filter)' 역할을 했습니다. 상단부 보라색 홀드는 손가락 전체를 열어 잡아야 하는 오픈(Open) 그립 형태라 손아귀 힘을 빠르게 고갈시켰습니다.
핵심 해법 (Crux & Solution):
과감한 스윙(Swing) vs 압도적 유연성: 점프 구간에서는 멈칫하지 않고 몸의 반동(스윙)을 이용해 과감하게 몸을 던지거나, 아예 엄청난 유연성을 바탕으로 두 발을 벽에 붙인 채 정적(Static)으로 넘어가야만 했습니다. 어설프게 통제하려다가는 여지없이 추락하는 구간이었습니다.
숨겨진 휴식처 '니바(Knee bar)' 찾기: 상단부의 체력 고갈을 막기 위해 좁은 홀드 사이사이에 무릎을 끼워 넣어(니바) 상체의 피로를 푸는 창의적인 문제 풀이 능력이 순위를 갈랐습니다.

선수별 경기 분석
잔루카 비게티 (Gianluca Vighetti, 우승 - 45): 17세의 신성인 그는 무서운 유연성으로 남들이 다 뛰어오른 점프 구간을 정적(Static)으로 해결해내며 해설진을 경악시켰습니다. 더불어 코스 곳곳에서 '니바'와 심지어 '더블 니바'까지 찾아내며 체력을 회복하는, 10대답지 않은 극강의 루트 파인딩 및 휴식 능력을 뽐냈습니다.
니콜라스 콜린 (Nicolas Collin, 2위 - 40): 28세의 베테랑. 점프를 정석적인 두 손 스윙으로 안전하게 넘겼습니다. 상단부에서 니바 휴식처를 찾지 못해 극심한 펌핑을 겪었으나, 특유의 '파워 스크림(기합)'을 내지르며 악으로 버텨내 은메달을 따내는 관록을 보여주었습니다.
조르디 폴레스 (Jordi Poles, 3위 - 38): 넓은 스윙으로 다이노를 부드럽게 넘겼고, 상단부에서 니콜라스가 놓친 '니바' 휴식처를 정확히 찾아내어 체력을 보충하며 동메달을 확보했습니다.
초반 탈락자들 (아이작 서튼, 막스 딩거, 마테오 술레 등): 리드 선수들이 흔히 겪는 '다이노(점프)' 기술의 약점이 노출되었습니다. 마테오의 경우 점프를 완전히 뛰지도, 정적으로 제어하지도 못한 어정쩡한 자세(Hesitation)를 취하다 반동을 이기지 못해 추락했으며, 예선 1위 아이작 역시 이 마의 점프 구간을 넘지 못하고 11+라는 충격적인 점수로 대회를 마감했습니다.
[논평] 17m 오버행이 증명한 클라이밍의 진화: '피지컬'을 넘어선 '지능'과 '10대의 반란'
2026 월드 클라이밍 유럽 시리즈 질리나 대회의 대미를 장식한 남녀 리드(Lead) 결승전은 현대 스포츠 클라이밍이 요구하는 덕목이 무엇인지 완벽하게 보여준 무대였습니다. 17m의 깎아지른 오버행 벽과 50여 개의 홀드는 선수들의 체력을 무자비하게 갉아먹었지만, 결국 시상대 정상에 오른 이들은 '가장 힘이 센' 선수가 아니라 '가장 영리하고 침착한' 10대 선수들이었습니다.
이번 리드 결승전이 남긴 세 가지 주요 관전 포인트를 짚어봅니다.
1. 잔혹한 필터가 된 '다이노(점프)' : 변수를 통제하는 자가 승리한다
남자부 결승전의 초중반에 배치된 '점프' 구간은 이번 대회 전체를 통틀어 가장 논쟁적이고 잔혹한 구간이었습니다. 리드 종목에서 흔치 않은 이 다이노 동작은 예선 1위인 아이작 서튼(16)을 비롯한 유력한 우승 후보들을 11점대에서 무더기로 탈락시키는 '마의 벽'이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우승자 잔루카 비게티(17)의 해법이었습니다. 모두가 반동을 이용해 위험한 점프를 뛸 때, 비게티는 자신의 큰 키와 놀라운 유연성을 활용해 이 구간을 완벽한 정적(Static) 동작으로 제어하며 통과했습니다. 코스가 요구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고 자신만의 강점으로 변수를 통제한 이 영리한 판단력은 그가 왜 차세대 챔피언인지 증명하기에 충분했습니다.
2. '휴식'도 실력이다 : 펌핑을 다루는 예술적인 발기술
질리나의 루트는 후반부 미끄러운 '보라색/핑크색 홀드' 구간에서 극한의 펌핑(근육 피로)을 유발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여기서 승패를 가른 것은 악력이 아니라 '발기술을 통한 체중 분산과 휴식 능력'이었습니다.
잔루카 비게티(남자부 1위): 좁은 홀드 사이사이에 무릎을 끼워 넣는 '니바(Knee bar)'와 '더블 니바'를 쉴 새 없이 찾아내며, 팔의 펌핑을 풀고 체력을 비축하는 압도적인 루트 파인딩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니카 도이블러(여자부 1위):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는 신체 조건을 깊은 '드롭 니(Drop knee)' 자세와 유연성으로 완벽히 커버하며, 체력 고갈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도 끝까지 등반을 이어가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3. 결승전이 주는 왕관의 무게와 심리전
예선과 준결승을 압도적인 1위로 통과했던 린 반 데르 메르(네덜란드)가 여자부 결승에서 상단부 진입을 앞두고 동선 판단에 멈칫하다가 체력 저하로 4위에 머문 장면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결승전은 다른 선수들의 등반을 볼 수 없는 격리실(Isolation)에서의 긴장감과, 단 한 번의 시도로 모든 것을 증명해야 하는 심리적 압박감이 극에 달하는 무대입니다. 찰나의 망설임(Hesitation)이 곧 추락으로 이어지는 리드 클라이밍의 냉혹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총평: 새로운 세대의 화려한 비상
결과적으로 남녀부 모두 최근 유스(Youth) 무대를 평정하고 시니어 무대에 갓 데뷔한 10대 선수들(비게티 17세, 도이블러 10대 후반)이 노련한 베테랑들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들은 선배 세대보다 동적인 움직임과 유연성, 코스 해석 능력에서 한 단계 진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질리나 시리즈 리드 결승전은 단순히 끝까지 매달리는 지구력 싸움을 넘어, 루트의 의도를 파악하고 한계를 늦추기 위해 끊임없이 몸을 비틀고 꼬아야 하는 '극한의 신체 체스 게임'이었습니다. 두려움 없는 10대 챔피언들의 탄생과 함께, 클라이밍 스포츠의 눈부신 진화를 목격할 수 있었던 환상적인 대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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