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인스부르크] "등반 괴물" 애니 샌더스, 인스부르크 여자 볼더 제패… 압도적 점수 차 금메달
김주운 기자 (wingmen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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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2026 인스부르크 월드 클라이밍 시리즈: 애니 샌더스, 압도적 기량으로 여자 볼더 제패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클라이밍 센터(Kletterzentrum Innsbruck)에서 열린 '2026 월드 클라이밍 시리즈(WORLD CLIMBING SERIES INNSBRUCK 2026)' 여자 볼더 결승전이 뜨거운 환호 속에 막을 내렸다. 무더운 날씨와 연속된 라운드로 인한 극한의 체력전 속에서, 미국의 애니 샌더스(Annie Sanders)가 또다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 최강의 면모를 입증했다.
'등반 괴물' 애니 샌더스, 압도적 1위
이번 결승전은 까다로운 코디네이션(Coordination)과 강한 하체 파워를 요구하는 루트들로 구성되어 선수들의 고전이 이어졌다. 그러나 애니 샌더스는 총점 68.9점을 기록하며 2위와 두 배에 가까운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했던 2번 슬랩(Slab) 문제에서 샌더스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다른 선수들이 동적인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고전할 때, 특유의 코어 텐션과 정적(Static)인 무브로 루트를 완벽하게 제압하며 플래시(첫 시도 완등)를 기록해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은빛 투혼 에린 맥니스와 '언더독' 오세아니아 맥켄지
은메달과 동메달 경쟁은 마지막 4번 문제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피 말리는 접전이었다.
영국의 에린 맥니스(Erin McNeice)는 마지막 4번 문제에서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 완등에 성공, 총점 34.8점으로 은메달을 확정 지었다.
호주의 오세아니아 맥켄지(Oceania Mackenzie)는 30.0점을 기록하며 깜짝 동메달의 주인공이 되었다. 대회 직전 고향으로 돌아가려다 동료의 끈질긴 권유로 출전한 그녀는 시원한 런앤점프 무브로 코디네이션 문제를 돌파하며 이번 대회 최고의 '언더독 드라마'를 완성했다.
부상 투혼과 인스부르크의 열기
결승전은 무더위와 체력 고갈, 손가락 피부가 벗겨지는(Flapper) 악조건의 연속이었다. 카밀라 모로니(이탈리아)와 이토 후타바(일본) 등 정상급 선수들도 피로 누적과 부상에 눈물을 삼켜야 했다. 반면, 어깨 부상으로 고전하던 프랑스의 오리안 베르통(Oriane Bertone)은 경기 종료 단 4초를 남기고 마지막 4번 문제를 극적으로 완등하며 5위에 올라 꺾이지 않는 투혼을 보여주었다.
[2026 인스부르크 월드 시리즈 여자 볼더 결승 최종 순위]
애니 샌더스 (USA) - 68.9점
에린 맥니스 (GBR) - 34.8점
오세아니아 맥켄지 (AUS) - 30.0점
문제 유형 및 공략법
볼더 1번: 스피드와 통제력의 코디네이션 (Coordination)
루트 해설: 오른쪽에서 시작하여 두 개의 빨간색 홀드로 점프하는 코디네이션 문제입니다. 중간에 마찰력이 없는(No-texture) 거대한 검은색 볼륨 구역을 지나 존(Zone) 홀드(빨강/초록)로 이어지며, 마지막에는 좁은 틈 사이로 막혀 있는(Blocked) 탑 홀드를 향해 정교한 더블 다이노(Double Dyno, 두 손 동시 도약)를 해야 합니다.
공략법: * 속도와 통제력의 조화: 무작정 빠르게 뛰는 것보다 동작을 제어하며 리듬을 타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멘텀 유지: 텍스처가 없는 검은색 볼륨에서 억지로 멈추려 하기보다, 장웨통(Zhang Yuetong) 선수처럼 몸의 스윙(Swing)과 속도를 유지하며 존 홀드 쪽으로 부드럽게 통과하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스타트 방식: 출발 홀드를 두 손으로 잡아 더 강한 추진력을 얻는 방법과, 한 손을 놓아 몸을 더 크게 열면서 스윙하는 방법 중 선수의 신체 조건에 맞는 선택이 필요합니다.
볼더 2번: 최악의 시작, 고난도의 슬랩 (Slab)
루트 해설: 시작 자세(Start position)를 잡는 것조차 극도로 까다로운 슬랩 문제입니다. 지지력이 매우 나쁜 언더클링(Undercling) 홀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상단부에는 시야에 가려진 발 홀드(Hidden jib)를 찾아 딛고 탑을 향해 어깨로 누르며(Shoulder press) 역동적으로 일어서야 합니다.
공략법:
극한의 손발 협응력: 스타트 시 발을 딛음과 동시에 왼손으로 당기고, 일어서면서 오른손을 뻗는 복합적인 타이밍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벽에 붙어있을 수 있습니다.
시각적 기준점 설정: 상단의 숨겨진 발 홀드를 딛기 위해 볼륨의 특정 초크 자국 등을 마커(Marker)로 삼고 감각을 믿고 발을 올려야 합니다.
정적(Static) 등반 활용: 모멘텀을 이용해 진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애니 샌더스(Annie Sanders)처럼 압도적인 코어 텐션과 손바닥으로 누르는 팜 프레스(Palm press), 핀치 그립을 활용해 아주 정적이고 힘으로 찍어 누르는 방식의 해법도 존재합니다.
볼더 3번: 체력 소모의 극한, 파워 오버행 (Physical/Power)
루트 해설: 33도 기울기의 오버행 벽에 세팅된 '블라인딩 라이츠 파워(Blinding Lights Power)' 루트입니다. 시작부터 두 개의 슬로퍼(Sloper)로 점프해야 하며, 몸을 교차하여 매우 얕고 잡기 불편한 언더클링(Zone)을 거쳐 핀치 홀드를 잡고 탑을 향해 뛰어야 합니다.
공략법:
어색한 각도 상쇄: 중간의 언더클링 홀드는 몸을 왼쪽으로 뱉어내려 하는데 선수는 오른쪽으로 몸을 당겨야 해서 손목 각도와 바디 텐션이 크게 무너집니다. 이를 버티기 위해 발을 아주 높게(High foot) 올려 불균형을 상쇄해야 합니다.
시도 횟수 관리: 전완근과 이두근에 펌핑(근육 수축)이 매우 심하게 오는 루트입니다. 벽에 매달려 시간을 끌거나 정적으로 풀려고 하면 체력만 고갈되므로, 충분히 휴식한 뒤 폭발적이고 과감한 동적 무브로 한 번에 돌파해야 합니다.
볼더 4번: 다리 파워를 요구하는 강력한 코디네이션 (Powerful Coordination)
루트 해설: 왼쪽에서 출발해 오른쪽 언더클링으로 뛰어오르는 강력한 코디네이션 문제입니다. 가장 큰 난관은 중간에 위치한 '마찰력이 전혀 없는 매끄러운 플라스틱 포켓 홀드(No-text mono shadow)'입니다. 이를 지나 탑 홀드로 도약해야 합니다.
공략법:
매끄러운 포켓 홀드 우회: 중간 포켓 홀드의 마찰력이 너무 없어서, 손에 물을 뿌려 끈적하게 만드는 임시방편이 논의될 정도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선수는 이 최악의 홀드를 건너뛰고 강력한 점프로 탑 홀드에 직행하는 방식을 시도합니다.
왼쪽 다리의 폭발력: 체력이 고갈된 4번째 문제임에도 마지막 탑 홀드를 향해 뛰어오를 때 엄청난 '왼쪽 다리 파워(Left-leg power)'가 필요합니다.
직선 도약 후 통제: 탑 홀드가 왼쪽에 있다고 대각선으로 뛰면 스윙이 너무 커져서 홀드를 놓치기 쉽습니다. 수직으로 뛰어올라 충분한 높이를 확보한 뒤, 팔을 곧게 편 상태(Straight-armed)로 탑 홀드에 도달해야 매달리는 충격을 버틸 수 있습니다.

1위. 애니 샌더스 (Annie Sanders) - USA
최종 성적: 예선 1위 (124.5) | 준결승 1위 (74.8) | 결승 1위 (68.9)
경기력 분석: "결점이 없는 등반 괴물"
상식을 파괴하는 스타일: 2번 슬랩(Slab) 문제는 모든 선수가 손발 타이밍을 맞추는 다이내믹 무브로 고전할 때, 혼자 힘과 코어 텐션만으로 완벽하게 정적(Static)으로 누르며 완등(Flash)하는 경이로운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해설진이 "뭐든 잡을 수만 있으면 벽에 락온(Lock-on)된다", "괴물 같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코디네이션 능력의 진화: 본인은 평소 코디네이션(동적 동작)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결승 1번 문제에서 존을 챙겼고 마지막 4번 문제마저 완벽하게 탑을 찍어내며 약점이 없는 올라운더임을 증명했습니다.
정신력 및 체력: 준결승에서 2번 문제를 놓쳐 아쉬워했음에도 결승에서 완벽하게 멘탈을 리셋했습니다. 지치지 않는 사기적인 지구력으로 프라하 대회에 이어 볼더·리드 '더블 더블' 금메달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2위. 에린 맥니스 (Erin McNeice) - GBR
최종 성적: 예선 3위 (109.8) | 준결승 5위 (54.5) | 결승 2위 (34.8)
경기력 분석: "무서운 성장세와 짜릿한 한방"
최고의 컨디션과 자신감: 이번 시즌 금1, 은2를 따내며 엄청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선수답게 매트 위에서 강한 자신감을 보여주었습니다.
탁월한 해법 제시: 다른 선수들이 볼더 1번의 시작 구간에서 스윙 통제에 실패할 때, 과감하게 팔을 떨어뜨리고 몸을 열어 모멘텀을 이용하는 정석적인 해법을 첫 시도에 찾아내며 존을 획득했습니다.
클러치 능력: 마지막 4번 문제에서 엄청난 압박감을 이겨내고 탑을 기록하며 단숨에 은메달을 확보했습니다. 초반의 수줍던 모습에서 이제는 관중과 호흡하는 스타 플레이어로 완벽히 성장했습니다.

3위. 오세아니아 맥켄지 (Oceania Mackenzie) - AUS
최종 성적: 예선 11위 (84.3) | 준결승 4위 (54.6) | 결승 3위 (30.0)
경기력 분석: "인스부르크가 낳은 최고의 underdog"
극적인 드라마의 주인공: 원래 프라하 대회가 끝나고 호주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동료(소피아 요코야마)의 설득으로 이번 대회 볼더링에 전격 출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이 신의 한 수가 되어 값진 동메달을 따냈습니다.
신체 조건의 활용과 극복: 큰 키를 활용한 시원시원하고 다이내믹한 런앤점프 무브가 일품이었습니다. 4번 문제에서 첫 시도에 코디네이션을 플래시(Flash)하며 존을 잡았고, 비록 완등에는 실패했으나 강력한 파워로 관중들을 가장 열광시킨 주인공이었습니다.

4위. 장웨통 (Yuetong Zhang) - CHN
최종 성적: 예선 7위 (84.9) | 준결승 8위 (54.3) | 결승 4위 (29.4)
경기력 분석: "영리한 플레이와 부드러운 흐름"
뛰어난 루트 파인딩: 볼더 1번 문제에서 검은 볼륨의 무텍스처 구간을 진입할 때 무리하게 멈추지 않고, 속도를 줄이며 부드럽게 흐름(Flow)을 이어가는 영리한 플레이로 가장 먼저 존을 획득했습니다.
뒷심 부족의 아쉬움: 4번 문제에서 미끄러운 플라스틱 포켓 홀드를 쓰지 않고 곧바로 탑으로 직행하는 과감한 루트를 설계해 완등 직전까지 갔으나, 마지막 손가락 끝 통제에 실패하며 아쉽게 한 끝 차이로 포디움(3위 권) 진입을 놓쳤습니다.

5위. 오리안 베르통 (Oriane Bertone) - FRA
최종 성적: 예선 5위 (94.3) | 준결승 6위 (54.5) | 결승 5위 (24.5)
경기력 분석: "부상 투혼과 클래스 증명"
만성적 피로와 부상 악재: 최근 어깨 부상 여파와 수많은 대회를 연속으로 치른 탓에 신체적으로 완전히 지쳐있는(Wrecked) 상태였습니다. 슬로퍼 볼륨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손가락 테이핑까지 칭칭 감고 있어 마찰력 싸움에서 크게 불리했습니다.
스타의 품격: 1, 2, 3번 문제에서 무득점(0점)으로 침묵하며 멘탈이 무너질 법한 상황이었지만, 마지막 4번 문제에서 종료 단 4초를 남겨두고 극적인 탑(Top)을 성공시켰습니다. 본인의 멘탈 케어와 팬 서비스를 모두 챙긴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6위~8위. 카밀라 모로니, 아얄라 케렘, 이토 후타바
카밀라 모로니(ITA, 7위): 준결승에서 단 5초를 남기고 역대급 완등을 하며 결승에 올랐으나, 그때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탓인지 결승에서는 손가락 살이 찢어지는(Flapper) 부상까지 겹치며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아얄라 케렘(ISR, 6위):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파워 등반가답게 오버행인 3번 문제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꼈으나, 전반적인 무브 타이밍이 조금씩 밀리며 아쉬움을 삼켰습니다.
이토 후타바(JPN, 8위): 2025년 솔트레이크 대회 이후 오랜만에 결승 무대에 복귀했으나, 요즘 대세인 복합 코디네이션 스타일에서 다소 갈피를 잡지 못하며 무득점으로 대회를 마감했습니다. 눈물을 보였을 만큼 아쉬움이 컸던 라운드였습니다.
종합 총평
이번 대회의 루트 세팅은 선수들에게 엄청난 다리 파워(Leg power)와 고도의 테크닉을 요구했습니다. 폭염 속에서 체력이 먼저 바닥난 선수들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졌으나, 이를 기술과 압도적인 피지컬로 극복해 낸 애니 샌더스가 왜 현재 세계 세계 최강인지를 다시 한번 입증한 대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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